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 16~18일 온라인으로 개최
상계백병원 김철 교수 ‘심장재활에서 디지털치료제 현황과 미래’ 발표
국내외 심장재활 참여율 저조…디지털치료제 도입 시도 이뤄지고 있어
“디지털치료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환자 중심적으로 만들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 환자의 심장재활이 전통적인 병원 기반에서 디지털치료기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심혈관질환 환자의 심장재활 참여율이 낮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치료기기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향후 디지털치료기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심장재활에서 디지털치료기기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평가된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철 교수(재활의학과)는 16~18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심장재활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현황과 미래(Current Status and Future Perspectives of Digital Therapeutics in Cardiac Rehabilitation)’를 주제로 발표했다.
심장재활 참여율 저조…대안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제시
심혈관질환 환자는 예후 관리를 위해 3개월 동안 총 36회의 심장재활이 필요하다고 권고된다. 하지만 참여율은 낮은 실정이다.
국내 심장재활 현황을 보면, 전국 164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시행병원 중 심장재활을 진행하는 곳은 47개에 불과하다. 심장재활을 시행하는 병원은 수도권 또는 대도시에 편중돼 있다.
게다가 병원 기반 심장재활 참여율은 국제 평균이 15~30%로 낮지만, 우리나라는 2017~2019년에 심장재활 관련 교육 또는 평가, 치료 중 하나 이상 받은 비율이 11%로 국제 평균보다 크게 낮다.
특히 퇴원 후 외래 기반으로 심장재활 관련 평가 또는 치료를 한 번 이상 받은 비율은 6.6%에 그쳤다. 결국 총 36회의 심장재활을 받은 환자군은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참여율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에서 2주 6회 심장재활을 받고 초기에 가정 기반 심장재활로 전환되는 방안이 제안된다.
이와 함께 운동 시 위험하지 않은 환자는 처음부터 가정 기반 심장재활을 시작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치료기기 등을 도입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즉 디지털 치료기기는 가정 기반 심장재활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와 심장재활 병행하면 의미 있어”
심장재활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유용성은 연구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2015년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중재(DHI)의 유용성을 평가한 연구가 발표됐다(J Cardiovasc Transl Res 2015;8(5):283~292).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건강 애플리케이션(PHA)을 활용, 심장재활을 받는 환자는 의무적으로 매일 본인 혈압과 체중, 운동 등을 기록하고 의료진은 관련 피드백을 주도록 했다.
DHI가 심장재활에 효과적인지 확인하고자 환자들을 △전통적 심장재활군(3개월, 36회) △전통적 심장재활과 PHA 병행군 △전통적 심장재활 후 가정 기반 심장재활군 △전통적 심장재활 후 가정 기반 심장재활 시 PHA 병행군 등에 무작위 배정했다.
분석 결과, PHA 병행 시 체중과 수축기혈압이 감소했다. 전통적 심장재활 또는 가정 기반 심장재활 시 PHA 병행군의 재입원률 또는 응급실 방문율도 급격하게 줄었다.
이와 함께 심장재활 동안 신체활동을 증진하기 위한 모바일 기술 활용 가능성을 평가한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 3개월 동안 병원 기반 심장재활을 받은 군과 처음부터 가정 기반 심장재활을 받으며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군의 최대산소섭취량(VO2peak)은 두 군 모두 좋아졌고 차이는 없었다.
또 병원 기반 심장재활을 받는 군 중 모바일 기기 활용 여부에 따른 운동능력은 두 군 간 차이가 없었다. 이는 병원에서 심장재활을 받는다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게 의미가 없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아울러 3개월 동안 병원 기반 심장재활을 받은 후 가정 기반 심장재활 시작 시 모바일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운동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철 교수는 “디지털 치료기기와 함께 심장재활을 병행하면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심장재활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만 활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심장재활에서 거부할 수 없는 대세
그러나 건강관리용이 아닌 의료 목적의 디지털 치료기기는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임상 도입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의료용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재활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게 김철 교수 입장이다.
김철 교수는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만성질환 환자가 늘며 특히 코로나19(COVID-19) 환경이 디지털 치료기기의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며 “질환 예방과 생활습관 중재가 필요하기에 심장재활에 디지털 치료기기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철 교수는 “디지털 세대인 젊은 연령층은 가정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향후 디지털 치료기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심장재활을 받기 어려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디지털 치료기기는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활용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심장재활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됐다.
먼저 디지털헬스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 특히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상호운용성이란 다양한 환경에서 하나의 시스템이 동일 또는 해당 기종의 다른 시스템과 제약없이 서로 호환돼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기기 개발자가 만든 기기와 앱 개발자가 만든 앱이 연동되기가 쉽지 않아 상호운용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김철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엔지니어와 의료진의 협업이 필요하며, 디지털 치료기기에는 반드시 행동조절치료가 포함돼야 한다. 행동조절치료 항목에 △목표설정 △자가 모니터링 △운동 피드백 △의료진 관여 △맞춤 처방 △실시간 모니터링 △교육 등이 포함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분석된다.
아울러 △환자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 및 활용 능력(digital literacy)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 △장기간 무작위 연구를 통한 예후 평가 등에 더해 △개인정보 관련 법적 문제 △의료사고 시 보호받을 방법에 대한 법적 문제 △보험급여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철 교수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반드시 환자 중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디지털 치료기기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고 규제가 완화돼야 하며 원격 심장재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 모니터링과 위험요인 관리를 위한 인공지능(AI) 코칭과 심장재활에 특화된 챗봇이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철 교수는 “심장재활을 받지 않으려는 환자들이 스스로 심장재활을 받도록 하는 방법으로서 디지털 치료기기가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출처 : 메디컬 옵저버, 박선혜 기자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823